
완제품 검사는 늦습니다
화장품 품질 관리의 기본은 완제품 검사입니다. 중금속, 미생물, 유해 물질 기준치를 확인하고 통과하면 출고합니다. 필요한 절차이고 저희도 합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완제품 단계에서 기준을 넘기면 이미 원료비와 생산비를 다 쓴 뒤입니다. 폐기하거나,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검사는 늦게 할수록 정직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검사 시점을 최대한 앞으로 당겼습니다. 가장 앞은 흙입니다.
흙에서 보는 것
파종 전에 밭마다 토양 시료를 채취해 세 가지를 봅니다.
첫째, 중금속입니다. 카드뮴과 납은 식물이 뿌리로 흡수해 축적합니다. 뿌리를 쓰는 원료라면 특히 중요합니다. 완제품에서 검출되면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흙에서 보면 명확합니다.
둘째, 잔류 농약입니다. 저희 밭이 무농약이어도 인접 밭에서 날아옵니다. 그래서 밭 경계에서 안쪽으로 얼마나 떨어진 구역을 쓸지 매년 다시 정합니다.
셋째, 유기물 함량과 산도입니다. 이건 안전이 아니라 성분 함량 예측을 위한 것입니다. 토양이 기름질수록 지표 성분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어서, 데이터를 몇 년 쌓아 밭별 경향을 봅니다.
실제로 걸러낸 사례
2024년에 새로 계약하려던 밭 한 곳을 토양 검사에서 제외했습니다. 카드뮴 수치가 법적 기준 이내였지만 저희 내부 기준보다 높았습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결정이었고, 설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 밭을 썼다면 완제품은 아마 기준을 통과했을 것입니다. 다만 뿌리를 오래 재우는 저희 공정에서는 축적 위험이 있었습니다. 기준을 통과하는 것과 안전한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기록으로 남기기
토양 검사 결과는 배치 번호와 함께 보관합니다. 제품 하단의 제조번호로 어느 밭, 어느 수확분인지 역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 체계를 만드는 데 2년이 걸렸고 비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 회수 범위를 밭 단위로 좁힐 수 있습니다. 전량 회수와 한 밭 회수는 브랜드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완전히 다릅니다.
품질 관리를 앞당긴다는 것은 결국 문제가 커지기 전에 만난다는 뜻입니다. 흙은 저희가 만날 수 있는 가장 앞선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