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년에 한 번만 거둡니다
원료 농가를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받은 제안은 연중 재배였습니다. 시설 하우스에서 온도와 광량을 조절하면 같은 면적에서 연 3회 수확이 가능했습니다. 공급이 안정되고 단가도 낮아집니다. 합리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저희는 거절했고, 그 결정 때문에 매년 가능했을 생산량의 3분의 1만 확보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려면 사람이 아니라 식물의 사정을 먼저 말해야 합니다.
식물은 편할 때 성분을 만들지 않는다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성분들 —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테르페노이드 — 은 대부분 2차 대사산물입니다. 식물이 생존에 꼭 필요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외선과 건조와 병해충 같은 스트레스에 대응하려고 만드는 방어 물질입니다.
온실은 그 스트레스를 없애줍니다. 식물은 빨리 크고 잎은 넓어집니다. 무게도 더 나갑니다. 다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방어 물질은 적게 만듭니다. 수확량과 성분 함량은 종종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숫자로 본 차이
저희가 3년간 같은 품종으로 비교한 기록입니다. 수치는 해마다 편차가 있었지만 방향은 일관됐습니다.
온실 연 3회 수확 — 수확량 100, 지표 성분 농도 100
노지 연 1회 수확 — 수확량 약 34, 지표 성분 농도 약 160~190
단위 면적당 총량은 줄지만, 건조 원료 1g에 담긴 것은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그만큼 배합에 넣는 양을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제품 한 병에 들어가는 부재료도 함께 줄어듭니다.
그래서 감수하는 것
대가는 분명합니다. 원료 단가가 높고, 그해 날씨가 나쁘면 대안이 없습니다. 2025년 가을에는 장마가 길어 예정한 수확량의 절반만 거뒀습니다. 그해 저희는 제품 두 종의 생산을 미뤄야 했습니다.
재고를 맞추려면 다른 산지의 원료를 섞으면 됩니다. 실제로 여러 번 검토했습니다. 하지 않은 이유는 한 번 섞기 시작하면 어느 밭에서 온 것인지 말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추적 가능성을 포기하는 순간, 저희가 하는 나머지 이야기가 전부 약해집니다.
기다림을 설계하기
느린 수확을 선택했다면 그 느림을 감당할 설계가 필요합니다. 저희는 세 가지를 준비합니다.
첫째, 수확 직후 원료를 즉시 건조해 다음 해까지 쓸 분량을 보관합니다. 둘째, 품절 시점을 미리 공지합니다. 셋째, 예약 구매를 열어 수요를 먼저 확인합니다.
기다리게 하는 브랜드는 사랑받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계절을 기다려 얻는 것이 분명히 있고, 그것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면 기다림도 제품의 일부가 된다고 믿습니다.